실험 후 - 정리와 복습의 시간 - 난민 청소년들과의 작업 Social Art

그룹에서 개개인으로 

제주에 온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들로 인해 최근들어 한국에서도 난민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듯 하다.  

쉽게 풀수 없는 문제이다. 더더구나 다문화경험이 없고 역사적으로 특수하게 한민족과 애국심이 강조될 수 밖에 없었던 사회상황 등.. 
 
복잡한 심정을 담아 글을 기고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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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에 대한 단상

예멘에서 전쟁 난민들이 제 고향 제주에 와서 난민신청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여러 현지 친구들, 또 동료들이 뉴스 링크를 보내왔습니다. 올해 현지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 해녀전시를 통해 제주의 여성 문화가 공공 박물관에서도 알려지고 있는데, 몇몇 분들은 전시를 통해 제주를 기억하고 그 곳, 강인한 여성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제주라는 섬이 요즘 언론에 나오는 그 ’제주’와 같은 곳이냐고 물어봅니다.

저는 제주해녀의 생명력 넘치는 강인한 여성 공동체 형성과 전승에 얽힌 무형문화를 스웨덴 현지 분들과 나누고 지키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또한 (저를 비롯해서) 제주 분들이 얼마나 심지어는 육지 사람에게도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고 무척 배타적인 분들인 것, 그럼에도 자연과, 또 바뀌는 환경에 치열하게 적응하면서 상생의 가치를 잘 지켜나갈 수 있는 역량도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 역사적 사건, 박해, 중앙 권력으로부터 무시당함, 얽혀 있는 친인척 관계 등으로 형성된 배타성은 우리끼리는 하나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굳건하게 하는 동력입니다. 그 정서는 우리 제주사람들의 정서 이면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정서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육지사람들도 들어와서 평화롭던 작은 마을을 흔들어놓은 것 같은데, 중국 단체 관광객도 한적한 대중 목욕탕을, 평화로운 거리를, 면세점을 싹쓸이해서 어지럽혀 놓는 것 같은데, 피부색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는, 지구 저편에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몰라 인터넷검색으로 찾아봐야 하는 나라에서 왔다는 무더기 난민들은 그야말로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공포로 느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에 대한 엄청난 혐오여론을 보면서, 특히 스웨덴에서 난민, 이민자들에 의한 여성 강간률이 기하학적으로 상승했다는 이야기가 마치 사실인 듯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서 난민 출신인 제 친구들에 대해서 제가 보고 느낀 점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작 제주나 한국에 살지도 않으면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냐고 하실 분들의 격한 반응과 질타가 당장 눈에 들어오는 듯 합니다만…)

2015년에 스웨덴에 난민들이 많이 왔습니다. 곳곳에 난민 웰컴 콘서트가 열리고 일간지에 전면으로 스웨덴은 난민을 환영한다고 실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뒤늦게 영상을 배우러 예술학교 영화과에 들어갔는데 학교로 난민센터나 난민학생들을 수용하는 학교에서 연락이 오곤 했습니다. 부모없이 들어온 난민청소년들이 처음 적응하는 2개월 동안 (학교에 배정받기 전)에 센터에 적응하는데 권위적이지 않은 방법을 예술활동에서 구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카메라 수업을 통해 직접 이 학생들이 찍은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감정을 나누면서 우리는 친해졌습니다. 소말리아에서 온 한 학생은 화분에 심어진 나무 한 그루를 찍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숲을 떠나 온 나무 한 그루가 자신의 외로운 심정 같다는 겁니다. 그리고 버스 사진을 찍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고장 난 버스를 고치는 수리공이 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2015년 가을에는 이처럼 난민 학생들과 같이 협력해서 이들의 목소리를 전해주자는 프로젝트가 제가 사는 도시에서 아주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한 학교의 준비과정 반에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가서 영상을 같이 만들어보았습니다. 한 반에 약 30명 정도 학생이 소말리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분쟁지역에서 왔고 나이는 14-16세 가량이었습니다. 여학생들은 모두 머리에 히잡을 썼는데 이들은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활달하고 춤을 좋아하고 수다스러웠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첫눈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선량한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 난생 처음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았습니다. 난생 처음 보았다고 좋아했습니다. 이들은 마음을 열고 속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습니다. 같은 반 친구 중에 한 아이가 나이를 속인 것 같다는 이유로 치아 뢴트겐 검사를 받고 추방될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공포심을 드러내기도 했고, 멀리 떨어져 살거나 전쟁통에 잃은 가족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시내 번화가의 한 전시공간에서 영상과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전시를 하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영상은 이미 보호자들 (부모가 없는 경우에 후견인) 동의서를 통해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여학생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진 작업은 주제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사진으로 표현하기였는데, 특이하게도 학생들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죄다 ”나”라 여기면서 셀피를 찍었었습니다. 이에 적극 참여했던 여학생이 전시오픈 바로 전에, 전시에 자기 셀피를 걸고 싶지 않다 했습니다. 그래서 사진은 모두 남학생들이 학교에서 쿨하게 찍은 셀피를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시장을 찾은 일반 관람객들이 이들을 당시 독일 쾰른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와 연결시키면서 사진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면서 ’성추행하게 생겼다’, ’위험하게 생겼다’,’ 왜 공포스럽게 다 남자들 뿐이냐, 소름끼친다’ 등의 편견을 쏟아냈습니다. 전시장을 나누어 쓰던 팀의 사람들도 얼굴색이 다른 아이들이 전시장으로 몰려들어오자 싫은 기색과 함께 핸드폰 등 귀중품들이 없어지면 어쩌나 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눈치였습니다. 학교에서 손짓발짓으로 생각과 감정을 나누던 선량한 청소년들이 이렇게도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되는구나, 스스로의 의도와는 다르게 한 순간 가해자의 표상으로 읽힐 수도 있구나, 이렇게 이미지가 폭력적으로 소비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영상은 프레임 영화제라는 지역 영화제에 초대 받아서 대형 영화관에서 상영되었고 다섯 명 친구들과 영화제에 참석했습니다. 주류사회에 난민학생들이 학교에서 지내는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도 작지만 얼마나 중요한 작업이 될 수 있는지 배우게 된 계기입니다. 또 작은 관심을 가지고 다른 문화에서 온 이들과 가깝게 마음을 여는 것이 물론 어렵지만 얼마나 보람된 작업인지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제 자신에도 들어있던 편견과 특권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배움의 기회였습니다. 난민학생들을 한 무리의 군집 약자로 여겼지, 각기 다른 꿈과 성격을 가진 개개인으로 여기는 데는 실패하지 않았나, 사회취약계층과 같이 참여하여 목소리를 같이 만드는 참여형 커뮤니티 예술에 대해 비판적으로 많이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웨덴에서도 난민을 환영했던 사회 분위기가 쾰른 사태와 유럽 대도시에서의 연이은 테러 사건 등으로 인한 반대여론과 사회비용 문제, 정치적 반대에 부딪혀 급선회되어 난민 자격 심사 강화를 위해서 치아 검사를 도입하여 연령을 구별해내고, 국경 강화에, 난민, 이주민을 배척하자는 인종차별 정당이 큰 인기를 얻는 등 사회가 어수선하기도 합니다. 특히 총선 직전이라 표심을 얻기 위한 일부 정치인들이 이 인종차별 정당과 협력을 꾀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시민단체, 특히 난민 청소년들을 가까이에서 돌보았던 선생님들, 후견인들, 심리치료 의료인들, 종교인들, 심지어는 같은 나이 또래의 현지 청소년들도 참여하는 중심으로 추방반대 인권운동도 전국적으로 조직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미술관등도 주요 전시에 난민출신 예술작가들 작품이나 난민들 이야기를 전시하고, 교육계, 경제계에서도 난민출신들이 쉽게 스웨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추진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인권을 존중하여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고, 이질적인 문화간의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물론 난민이나 이민자들이 자문화나 종교만을 고수하고 주류 사회에 적응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부정적인 목소리도 존재하고 있지만, 저 역시 스웨덴에 사는 이민자로 가치관, 문화간의 갈등도 겪고 때로는 주류사회로부터의 차별도 경험했던 사람으로, 난민 수용과 전쟁 이주민 문제에 관해서 좀더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들이 논의되어서 잘 모르는 타자에 대한 막연한 혐오나 차별이 덜 가해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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